그렇습니다. 지금부터 리뷰를 쓰는 저는 '노트르담 드 파리’가 그저 꼽추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,
원작에 문외한인 한 남자가 뮤지컬을 보고 느낀 점을 있는 그래도 솔직하게 적은 리뷰입니다.
#1 언제나 불편한 그 곳, @블루스퀘어
이번 내한 (앵콜) 공연이 열리는 곳은 나에게 좋은 기억이 없던 한강진역에 위치한 블루스퀘어. 과거 경험만 놓고봐도 1)주변에 밥먹을 곳 엄청 멀어서 퇴근하고 도착하면 굶거나 or 스퀘어 내 카페에서 때워야 하고 2) 최근 지어진 공연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비좁은 객석과 그보다 더욱 말도 안되는 높낮이 자리 배치. 앞에 앉은키 조금이라도 큰 사람이 앉으면 공연 온전히 보기는 포기해야 하는 말도 안되는 배치 3) 자막기기의 말도 안되는 허접함 4)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힘든 공연장 위치 등등 필자에겐 불만 가득한 공연장 이었다. 항상 뒷자리에서만 관람할 수 있었던 나의 경제상황을 탓하면서도 나름 최근에 지어진 곳 +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(SAMSUNG)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는 곳이 공연장 시설이라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?
이런 나의 불만을 들었는지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몇가지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. 1) 주변에 푸드트럭이 하나 들어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2) 높낮이는 여전히 해결 되지 않았지만 지난번보다 좋은 자리에 앉아 뿌듯함을 느꼈다. 자막기기는 여전히 허접했고 대중교통도 여전히 불편했지만...
그동안 내한공연을 본 경험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1막이 위기였다. 노래하는 배우에 감정에 빠져들자니 못알아 들어서 아쉽고,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자막을 보면 무대의 감동을 느낄 수 없는, 이성과 감성이 일치하지 못하고 눈과 머리가 따로 노는 상태가 된다. 그렇게 몇분이 지속되고 나서 무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면 다행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퇴근 후의 피곤함을 느끼면서 자칫 루즈해 질 수 있다. 하나 확실한 것은 1막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잘 따라간다면 2막에서 몇배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 에너지 음료를 붙잡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 터 버텨 내시길...
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지만 다행이도 무대장치를 뛰어넘는, 기예에 가까운 무대 퍼포먼스가 있으니 눈이 쉴 일은 없다. '우와~ 저걸 어떻게 저렇게 하지?’라는 속마음을 몇차례 지나고 나면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휴식이 찾아 올 것이다.
#4 2막. 노트르담 드 파리가 왜 최고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
나는 변덕이 심한 편이다. 고전은 옛날 이야기라 즐겁지 않고, 현대극은 깊이가 없다며 유치하다고 생각한다. 즉, 만족시키기 굉장히 까탈스러운 편이다. ‘노트르담 드 파리’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에 배경지식도 전무하니 날 만족시키기 더더욱 어려운 작품이었다. 하지만 이런 까탈스러운 나조차도 2막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않아 왜 이 작품이 대단한가에 대해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.
프롤로 신부 할아버지가 노래를 하는 순간부터 노트르담의 대표곡 ‘대성당들의 시대’ 를 거쳐 콰지모도의 애절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곡 ‘춤을 춰요, 나의 에스메랄다’까지. 굳이 자막을 읽지 않아도 가슴 속 깊이 느껴지는 명곡들이 즐비한 2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무대에 푹~빠진 본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. 결국 마지막엔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 내가 기립박수를 쳤으니.....
<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첫 공연 기념 연출가와 작곡가가 나온 특별한 커튼콜 >
#5 리뷰를 마치며
-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공연이 어려우면 어떡하지? = 걱정하지 말고 무대 자체를 즐기면 됩니다.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새 배우들의 감정에 푹~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.
-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만 있다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! 주인공 역의 맷 로랑의 마성의 목소리를 느껴보세요
- 블루스퀘어 옆에 서있는 푸드트럭이 그렇게 맛있다고 합니다. 저 대신 꼭 먹어보시길.....
- 앞으로도 내한 공연을 눈여겨 볼테다!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. 팝송을 번역해서 부르면 어색한 부분이 느껴지듯 뮤지컬 원곡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또 놀라웠습니다.